카이코우라에서 하늘로 떠오른 순간, 고래를 만나다
뉴질랜드 남섬 동해안의 조용한 해변 마을, 카이코우라.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래 관찰 지역으로, 바다를 따라 펼쳐진 깊은 해저협곡 덕분에 1년 내내 향고래(sperm whale)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나는 바다 위 보트가 아닌, 하늘 위에서 고래를 바라보는 특별한 방법을 선택했다.
하늘에서 만난 고래
이른 아침, 카이코우라 비행장에 도착했다. 작고 따뜻한 통나무 스타일의 대기실, 로비에는 고래 모형과 설명이 전시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하나하나 친절하게 브리핑을 해줬다.
비행기는 소형 경비행기로, 모든 좌석이 창가석이었다.
이륙 후 몇 분 만에 펼쳐진 카이코우라의 절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푸른 바다와 검은 산맥이 만나는 이곳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이었다.
그리고 조종사가 손으로 가리켰다.
바로 그 순간, 맑은 바다 위로 고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배에서는 볼 수 없는 완전한 형태의 고래.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대한 생명체가 천천히 수면 위로 부상하며 숨을 쉬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조용히 감탄만 흘러나왔다.
고요함 속의 경이로움
고래는 천천히 유영하다가 다시 깊은 바다로 내려갔다.
조종사는 “다른 개체를 더 찾을 수 있어요”라며 비행을 이어갔다. 몇 분 뒤, 다른 고래가 바닷속 그림자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마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행운도 있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고래가 숨을 내쉬는 순간의 물보라, 짙푸른 바다 위에 드리워진 기체의 그림자, 창밖으로 보이던 태평양과 설산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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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코우라 고래 비행 관찰은 Wings Over Whales를 통해 예약했다. (공식 사이트: https://www.whal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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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은 미리 하는 것이 좋고, 날씨로 인한 변동 가능성이 있으니 일정 유연성을 확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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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가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 보트보다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인 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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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50분 비행 시간 동안 경비행기의 특성상 전원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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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꼭 창문 가까이에 휴대폰 렌즈를 붙여 찍자. 반사광이 줄어들고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정리하며
하늘에서 바라본 고래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다.
카이코우라는 단순한 해안 마을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하늘 비행은 자연과 인간, 생명과 관찰자의 거리를 아름답게 이어주는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뉴질랜드에 왔다면, 반드시 이 경험을 추천한다.